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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문화칼럼 청사초롱1(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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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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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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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없기를!
“평범한 일상 자체가 가슴 벅찬 축복… 행복의
참된 의미와 가치 깨달아야”
내 수업을
듣는 50대 후반의 여학생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얼마 전에 할머니가 됐는데 할머니라는 호칭이 매우 낯설고 싫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아무나 되는 거냐’며 축하해주었다. 왜냐하면 할머니가 되려면 결혼을 해야 하고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어야 하며,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짝을 만나 또 하나의 생명이
탄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본인이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할머니가 될 수 있다.
그날 저녁 참석한 모임의
같은 테이블에 할아버지가 된 사람이 서너 명 있어 자연스럽게 그 50대 여학생 얘기가 나왔다. 이어 나는 할아버지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잔을 들고 “이 땅의 할아버지를!” “위하여!”라며 건배 제안을 했더니 모두 무척
행복해했다.
다들 할아버지, 할머니로 불리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들 속에 숨어있는 참 의미와 가치를
잊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3 부모들은 자식을 대학에만 보내면 부모 역할이 끝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졸업시키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졸업 후에도 자식들 취업으로 고민한다.
그뿐인가. 취직만 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지만 취업 후에도 결혼문제로 걱정이고 결혼하고 나면 아이가 안 생겨 고민이다.
결혼 후 별 문제 없이 사는가 싶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는 자식들을 보면 이혼이나 하지 않을지 걱정이 태산이란다. 그러니 그런 세월을 다
이겨내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랴. 예전에는 누구나 다 누리는 지극히 평범한 일들이 요즘에는 더 이상 평범한 일이 아닌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많은 부부와 가족들을 상담하다 보면 우리 가족은 적어도
저런 문제나 불화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절감한다. 왕따 도벽 가출 실직
부도 신용불량 우울증 쇼핑중독 교통사고 알코올중독 의처증 가정폭력 외도 치매 성폭력 아동학대….
아이들이 명문대에 수석으로 합격하거나 로또복권에라도 당첨되어야 행복이라고 얘기하지만 자기 가족에게 별일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성적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지만 눈 뜨면 학교에 가기 위해 인사하고 나서는
아이들에게 감사할 일이다. 월급은 많지 않지만 아침이면 출근할 데가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족들끼리 모여 앉아 웃으며 식사할
수 있다면 그만한 행복이 또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가족 중의 한 사람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나서야 후회한다. 불의의 사고로 신체의 일부분을
잃고 나서야 내 다리로 걸을 수 있고, 내 귀와
눈으로 듣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축복인지를 깨닫는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러운 부부’에 대해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같은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 웃으면서 출근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부부임에 틀림없다. 이들 부부의 모습에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부가 생존해 있고, 두
사람 다 건강하며, 한 침대를 쓸 만큼 관계 또한 나쁘지 않다는 의미이니,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 더 출세한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불평하지 말고 지극히 일상적인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범사에 감사하자.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자’고
다짐하다가도 큰 돈을 벌거나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호화 주택에 사는 사람,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긴
하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 앞에서 우리 가족은 별일 없음에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부자가
아닐까? 좋은 날에 잔을 부딪치며 주고받는 건배 구호가 많지만, 내가 가장 즐겨 쓰는 구호는 “별일!” “없기를!”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별일이
있기를 바라겠지만 나는 진정으로 ‘별일 없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올 연말에는 내가 제안한 건배 구호가 더 많이 울려 퍼지기를
기원해본다.
[필자] 강학중
한국사이버대 부총장/ 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국민일보 문화칼럼 청사초롱 201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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