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후 맞기 위해선 건강, 원만한 인간관계, 일거리 미리
챙겨야”
‘노후를 따뜻하게 지내려면 젊은 시절에 난로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독일 속담이 와닿는 요즈음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남자 77세, 여자 83.8세로 늘어나고, 실제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나이인 최빈사망연령이 2008년에는 85세였는데
2020년에는 90세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어느 조사 결과에 따르면 90세 또는 100세 이상까지 사는 것이 축복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8.7%에 그쳤다고 하니 우울하게 지내는 노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자식들만 키워 놓으면 그들이 부모를 봉양하던
시대는 지났다. 부모에게 손만 안 벌려도 고마운 세상이다.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수십 년을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장수가 축복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사회제도나 국가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노인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가 없다. 그러나 여건만 탓하고 있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100세 수명 시대가 축복이 되려면 돈과
건강, 원만한 인간관계를 챙기고 역할 상실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
노후 준비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로 ‘건강’이요 ‘관계’이며 ‘역할’이다. 수명이
80세, 90세라고 하더라도 건강 수명은 10년가량 짧다. 평균 10년 정도는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는 의존수명인 셈이어서 그때는 결코 행복한
노후라고 볼 수 없다. 90세, 100세가 되더라도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듣고 내 치아로 씹을 수 있도록, 또 스스로 걷고 옷 갈아입고
샤워하고 용변 볼 수 있도록 건강할 때 건강을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
그런데 경제적인 여유도 있고 몸은 건강한데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아 노후가 불행한 사람도 많다. 몇 십 년을 함께 산 부부의 인연을 정리해야 하는 황혼이혼이 내 일이 되지 않도록, 손 벌리고
의지하는 자식들 뒷바라지로 내 노후가 불행하지 않도록 자식농사, 부부농사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일이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에게
시간과 관심을 구걸하지 말고 혼자서도, 그리고 더불어서도 잘 사는 연습과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죽을 때까지 할 일이 있어야 노후가 행복할 수 있다. 꼭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더라도 뭔가 자신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은퇴를 하게 되면 직업 역할이 없어지고 자녀들을 결혼시키고 나면 부모로서의 역할도 축소된다. 손자녀들이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조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이 급격하게 줄며 배우자가 사망하면 아내나 남편 역할 역시 상실하게 된다. 등산이나 낚시도 하루 이틀이지 24시간이 여가인 노인들에게는 그 긴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이다.
바로 그 고민을 훌륭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공부고 봉사이며 신앙이다. 대학에 가기 위해 억지로 해야 했던 ‘국영수’가
아니라 정말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노년기다. 컴퓨터나 스포츠댄스, 악기나 사진, 어학, 사이버대학 입학, 무엇이든 좋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절감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누군가를 도와주러 갔다가 더 많은 것을 얻고 왔다는 자원봉사자들의 체험담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걸림돌이 아니라
‘내 나이 70∼80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보람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보다 높은 경지의 영적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진정한 신앙생활이야말로 노후를 평화롭게 보낼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고집스럽고
주책 맞으며 괴팍한 노인네가 아니라 지혜롭고 인자한, 넉넉한 ‘어른’이 되기 위해 지금부터 마음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 모습인 어르신들의 삶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깨달음을 얻자.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후회스럽지 않은 평화로운 죽음을 주도적으로
맞이하기 위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챙기고 준비하는 것만이 100세 시대를 축복 속에서 맞는 비결이다.
[필자] 강학중(한국사이버대부총장·가정경영연구소장) [출처] 국민일보 문화칼럼 청사초롱
201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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