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수요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오늘, 투표만큼은 꼭 하라고 했더니 딸아이가 아빤 왜 투표를 강요하냐고 해서 마음이 좀 언짢았다. 애써 침착하게 강요가 아니라 강조라고 했지만 아내마저 아이들 편을 들어서 서운했다.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을 찍으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투표는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니 투표만큼은 꼭 하라고 얘기한 건데...... 평소에도 아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했건만 꼭 내가 강압적으로 명령하고 군림하는 아빠인 것처럼 들려서 마음이 편칠 않았다. 아내가 "당신은 아이들을 성인으로 존중해 주고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지켜보자고 하면서도 유독 투표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잔소리를 하느냐"고 해서 나 자신을 돌아봤다.
여전히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우리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회의원을 뽑는 일이나 정치에 지나치게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인 것도 문제라는 믿음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내 기분을 분석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기면서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빨리 빠져나올 수 있는 소득이 생긴 셈이어서 나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