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일요일
"무궁화클럽 창립 34주년 기념식" 현수막이 펄럭이는 북서울 꿈의 숲을 1년만에 찾았다. 어머님이 창립 때부터 34년을 다닌 배드민턴 클럽이다.
광화문에서 월드컵 경기장까지 강변 북로를 달리는 자전거대회에 아들녀석과 참가하기로 했지만 날짜가 겹치는 바람에 아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자식들이 와서 축하해드리는 그 행사를 어머님이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시는지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행사가 열리는 날마다 날씨가 화창해서 참 다행이었다. 형님 내외와 이모님을 보러 사촌 동생까지 참석하니 두 분의 입이 귀에 걸리셨다. 심부름하는 회원분들의 수고가 마음에 걸려 극구 사양을 하는 데도 어머님과 이모님은 자식들에게 뭘 하나라도 못먹여 애를 태우셨다.
저게 부모님 마음이시겠지 싶어 점심 약속이 있었고 아침부터 식사와 맥주, 떡으로 이미 배가 불렀지만 수박까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4남매를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셔야 했던 어머님께 유일한 낙이라도 될까 싶어 권유했던 배드민턴클럽이 어느 자식도 할 수 없는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한때 회장을 맡으셨던 어머님을 회원들이 어르신으로 깍듯이 대접하니 이제 아침에 무궁화클럽을 찾는 것이 어머님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다.
이제 아흔하나이신 어머님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회원분들과 어울리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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