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금요일
고등학교 동기들 모임이 있어 한강으로 나갔다. 한강에서 윈드서핑을 가르치는 친구가 있어 모처럼 친구들 만나 강바람도 쐬고 윈드서핑도 배워 보고 카누도 타며 모터보트도 즐겨보자는 취지였다.
갑자기 일이 생겨 자식들과 손녀까지 데리고 오겠다던 친구 하나가 못 왔지만 부인네들과 아들을 데리고 온 친구들도 있어 스무 명이 넘는 큰 자리가 됐다.
서울에 살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한강을 보고 한강 물에 몸을 담가보기는 처음이라는 친구도 있었고 아내와 함께 머리카락 흩날리며 모터보트 타 보기는 이십 년 가까이 된다는 친구도 있었다.
배우자가 바뀐 친구도 있었는데 스무 살이나 어린 젊은 아내를 얻어 얼만 전에 애까지 낳았다는 친구 얘기에 모두들 복도 많은 놈이라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어디 그 녀석만 복이 많을까? 이미 세상을 달리한 친구도 십수 명 연락조차 안 되는 친구도 수백 명 참가비 몇 만원도 부담이 된다는 친구들과 병마와 싸우는 친구들에 비하면 동창들 모임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이 많은 셈이다.
게다가 처음 만난 아내와 함께 참석할 수 있다면 그리고 20대 후반의 아들들이 아버지 친구 모임에 가겠다고 한다면 그건 또 얼마나 큰 복인지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물놀이를 하고 나왔는데 저녁 준비가 좀 늦어서 그런지 얼마나 맛있게들 먹는지 자리를 준비한 나로서는 고마울 뿐이었다.
저녁에는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려 미리 준비한 텐트 사이로 물이 샜지만 다들 불평 한 마디 없이 마지막 정리까지 힘을 보태 주었다.
쏟아지는 비 속에 밀린 차들로 복잡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참 행복했다. 우정에 취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