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가 국내에서도 활동 중이다.
하지만 주가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그런 행운을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갑자기
실직하거나 큰 병에 걸리면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긴다. 취업 연령이 높고 입대까지 해야 하는 우리네 사정으로선 미국이나
영국, 호주같이 30대~40대 초반에 은퇴하기는 더욱 어렵다. 은퇴 후 무엇을 해야 할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일이 없는
무료한 24시간이 고통이 되기도 한다.
조금 덜 쓰고 덜 먹더라도 일의 노예가 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그 중심에 있어 반갑다.
하지만 인간의 약점을 기반으로 짜인 마케팅이라는 함정에 빠져 소비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힘들게 번 돈으로 뭔가를 사고 먹고 소비하느라 휴식이나 특별한 경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희생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면서 직업이나 사는 지역, 집, 자동차 등 성공을 상징하는 겉치레를 과시한다. 버는 대로 소비하면서도 열심히 일했으니 이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거대한 소비주의의 물결에 휩쓸린다.
일시에 몇 십억을 벌었네. 십 수억을 마련했네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주식이나 부동산, 가상화폐나 파생상품, 해외 선물
투자 등에 빠져 한탕을 노리는 분위기는 염려스럽다. 그런 태도는 파이어족의 철학과 가치관에도 맞지 않으며 대박이 아니라
쪽박 차기 십상이다.
몇 십억을 벌기만 하면 행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목돈을 벌었다고 해서 반드시 은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직장 생활이 다 지옥도 아니며 자기 일에 즐거움과 보람을 느낀다면 굳이 은퇴를 서두를 필요도 없다.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고 욕을 먹어가면서도 짠돌이 노릇을 계속하다 보면 부부 사이나 인간관계에 금이 가고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아끼면서도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수입보다 적게 쓰기’가 파이어족의 기본 정신이다. 오래전부터 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니고 불필요한 물건은 사지 않고 중고품을 사거나 물려받아 쓰는 사람, 여행과 외식을 자제하고 먹거리를 직접 재배하거나 생활비가 적게 드는 지역으로 이사해서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사는 게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경제적 자립을 통해 선택의 자유, 자기 삶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자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안 해도 되는 자유에
눈뜬 파이어족의 도전은 신선하다. 자신의 직무에 만족하면서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는 자유를 얻는 셈이며
재정적인 자립을 이루고서도 계속 일을 하거나, 조기에 은퇴를 한 뒤에도 노후 준비를 위해 소득을 창출하는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파이어족을 조직에 충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이기주의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조직에 충성하라는
요구는 설득력이 없다. 조직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는 무조건 나무랄 수도 없다.
내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때이다. 무엇이 날 행복하게 하는지 목록을 만들어 보면 자신의 핵심 가치를
점검하는 기회도 된다. 비싼 수입차를 타고 골프 치고 호화로운 집에서 와인 마시며 명품으로 치장하는 것을 과시하는 집안이
있는가 하면 작은 집을 내 손으로 고치고 가꾸며 양질의 중고품을 싼 가격에 산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 속에서 적은
수입으로도 행복하게 사는 가족도 많다. 어떤 생활방식이 더 좋고 나쁜지,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 삶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즐겁게 살면 되는 것이다.
파이어족의 생활방식을 배우자나 가족에게 강요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어떤 생활 방식이 진정으로 나와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경제적인 자립을 통해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부모가 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자녀들을 경제적으로 일찌감치 독립시키는 것이 행복한 노후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출처 : 데일리임팩트(http://www.dailyimpact.co.kr)